저는 재즈를 잘 알지 못합니다.

우연한 기회에 재즈바에 가게 되었고, 그 곳에서 재즈에 대한 강한 매력을 느껴 검색해서 찾아낸 유명하다는 곡들을 플레이리스트에 가득 채울 뿐이에요.


하지만 음악이건, 영화건 뭐 또 다른 분야에 있어서도,

꼭 잘 알아야 그것을 즐길 수 있는 것은 아니에요.

잘 알고있으면 더 풍부하고 다채롭게 즐길 수는 있겠으나, 내 마음에 들면 그만. 

음악도 내 귀에 좋으면 그만이지 않나요.


재즈바에 대한 첫 경험은 작년 여름 태국에서였어요.

여행일정을 짜다가 방콕 재즈바에 대한 수많은 후기들을 보았고, 좋은 음악을 들으며 술 한잔 할 겸 일정에 끼워넣었어요.

그 전에도 태국에 여행 차 다녀온 적이 있었지만, 재즈에는 관심이 없었기에 재즈바가 있는 줄도 모르고 지내다 왔어요.

아까 말한 것 처럼 알고있으면 조금 더 보이는 법.

태국은 재즈를 사랑하는 나라였어요. 서거한 이 전 국왕이 재즈를 매우 사랑했고, 오며가며 타는 택시에서도

허름한 쌀국수 집에서도 국왕이 색소폰을 부는 사진을 볼 수 있었어요.


처음 방문했던 방콕의 색소폰 바에도 어김없이 국왕의 색소폰 연주 사진이 걸려있었고,

고개를 끄덕거리며 2층의 한 좌석에 착석하였어요.

(현지인은 물론 관광객도 많았고 좋은 자리를 맡기 위한 눈치싸움도 치열했어요.)

공연과 공연사이의 쉬는시간에 바에 입장했던 터라, 허기진 배를 채우고 칵테일을 한잔 시켰아요.


시간이 조금 흐르고, 씨끌씨끌한 사람들의 대화소리 속에 각종 악기가 튜닝하는 소리가 들려왔어요.

1층을 내려다보니, 연주자들이 악기와 장비들, 악보들을 체크하고있었어요.


마침내, 공연이 시작되고 빵! 터지는 연주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렸어요.


강렬했던 이 경험때문에, 긴- 여행 중에도 이 동영상을 몇번이나 틀어 이  음악을 들었어요.

이 음악이 혹시 음원으로 있을까 싶어서 네이버에도 지니에도 그리고 다른 어플들에도 음성인식을 해봤지만,

찾아지지 않는 걸로 봐서는 이 밴드의 음악인 듯 싶어요.


정말 황홀한 경험이었어요.

스티비원더의 음악도 연주해주고, 여러모로 즐겁고 두근거렸던 기억이에요.


방콕에서의 여행이 끝나고 일행은 먼저 서울로 떠나고 나 홀로 치앙마이로 날아갔어요.

치앙마이 역시 재즈를 사랑하는 도시.

인터넷에 여행에 관하여 조금만 찾아봐도 꼭 재즈바에 들리라는 문구들이 여럿 보였어요.


치앙마이에서 맘에드는 스팟이 두 곳 있었고 그 거리가 꽤 멀어 그 중 숙소를 어디로 잡을까, 고민하다가 재즈바를 위해 올드타운에 머물기로 했어요.

사족으로 올드타운과 함께 고민했던 구역은 님만해민이었는데, 아기자기하고 예쁜 건물이 가득 들어서있어요. (방문해보고서 여기도 하루 묵을걸 하고 살짝 후회했다. 전체 일정을 예약한 상태라 무를 수가 없었어요...)


올드타운의 노스게이트 재즈바!

방콕보다는 소박한 분위기의 곳이었어요.

홍대나 이런 곳에 위치한 작은 공연장 만한 크기였고, 1층, 2층에 모두 좌석이 있었어요.


혼자하는 여행이라 조금 긴장됐던 때에 내 마음을 녹여준 easy! easy like sunday moring :)

늦은 시간에 운영하고, 치앙마이 자체가 방콕처럼 밤의 도시가 아니기 때문에 옆의 상점들은 모두 문을 닫는데요.

바의 문이 늘 열려져있어 문 밖에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자유로운 분위기 때문에 사람들은 몸을 흔들기도 했어요.


그 자유로운 분위기에 정말 내 마음이 내 몸이 녹았어요.


이 곳에 방문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꼭 공연시간보다 일찍 방문하여 자리를 맡기를 추천드려요.

서서보는 공연은 너무 힘들고, 좋은자리를 얻기 위한 눈치싸움이 치열해요.


그렇게 나는 올드타운에 머물면서 돌아오는 밤길이 무서웠는데도 불구하고 이 재즈바를 매일밤 방문하였어요.

낮에 여행하고 밤에 재즈공연을 보며 술한잔 하는 삶이라니

정말 꿈같았어요. (사실 지금 당장 다시 가고싶네요.)


치앙마이 여행이 끝나고 서울로 가기위해 방콕에서 하루의 일정이 더 남았어요.

비행기를 타고 하는 여행이 늘 그렇듯, 거리 대비 이동시간은 매우 짧지만 공항으로 이동하고, 수속밟고 공항에서 또 숙소로 이동하는 시간이 너무나 길어 마지막 하루의 일정이 길지 않았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획했던 많은 일정들을 내려놓고 택시를 타고 한참 달려 색소폰 바에 다시 방문하였어요.

마지막 날의 공연 스케줄이 환상이었어요.

정말 멋진 두 밴드의 공연을 관람할 수 있었어요.


첫 날 공연했던 색소폰 연주자가 리더로 있는 브라스밴드였어요.

연주도, 쇼맨십도 정말 좋았던, 귀엽기까지했던 공연이었어요.



이 음악도 너무 좋아서, 음원을 찾아내서 지금까지도 너무 잘 듣고 있어요.

쿵쾅대고 설레던 그 날들의 밤, 공기의 냄새까지도 전해지는 것 같은 음악.


여기까지가 내가 재즈에 입문하게 된 이야기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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